가을 관련 시 / 가을과 잘 어울리는 시 모음
가을 엽서
- 안도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가을꽃
- 정호승
이제는 지는 꽃이 아름답구나
언제나 너는 오지 않고 가고
눈물도 없는 강가에 서면
이제는 지는 꽃도 눈부시구나
진리에 굶주린 사내 하나
빈 소주병을 들고 서 있던 거리에도
종소리 처럼 낙엽은 떨어지고
황국도 꽃을 떨고 뿌리를 내리나니
그동안 나를 이긴것은 사랑 이었다고
눈물이 아니라 사랑 이었다고
물 깊은 밤 차가운 땅에서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 꽃이여
잠자리의 빨간 잠
-천수호
그녀의 아름다움은 졸음에 있다
빳빳, 헛헛헌 날개로 허공을 가린 저 졸음은
겹눈으로 보는 시각(視覺)의 오랜 습관이다
<아름답다>라는 말의 벼랑 위,
붉은 가시 끝이 제 핏줄과 닳아서
잠자리는 잠자코 수혈받고 있다
링거바늘에 고정된
저 고요한 날개!
잠자리의 불편한 잠은
하마. 꺾이기 쉬운 목을 가졌다
어쩌면 아름다움은
알면서도 위태롭게 졸고 싶은 것
등이 붉은,아주 붉은현기증이다
그녀에게도 오래 떠밀리는 등이 필요했는지
저기 저 꿈속인양 졸고 있는
등이 붉은, 아주 붉은 그녀
가을 일기
-이해인
잎새와의 이별에
나무들은 저마다
가슴이 아프구나
가을의 시작부터
서로 물든 내 마음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에
조용히 흔들리는 마음이
너를 향한 그리움인 것을
가을을 보내며
비로소 아는구나
곁에 없어도
늘 함께 있는 너에게
가을 내내
단풍 위에 썼던
고운 편지들이
한 잎 한 잎 떨어지고 있구나
지상에서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는 동안
붉게 물들었던 아픔들이
소리 없이 무너져 내려
새로운 별로 솟아오르는 기쁨을
나는 어느새
기다리고 있구나.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윤동주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며 살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었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기쁘게 대답할 수 있도록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꾸어 가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나는 자랑스럽게 대답하기 위해
내 마음 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
좋은 말과 좋은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야 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후회없는 삶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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