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관련 시 / 겨울 사랑 시 5편 모음
첫눈
나태주
요즘 며칠 너 보지 못해
목이 말랐다
어제 밤에도 깜깜한 밤
보고싶은 마음에
더욱 깜깜한 마음이었다
몇날 며칠 보고 싶어
목이 말랐던 마음
깜깜한 마음이
눈이 되어 내렸다
네 하얀 마음이 나를
감싸 안았다
우리가 눈발이라면
안도현
우리가 눈발이라면
허공에서 쭈삣쭈빗 흩날리는
진눈깨비는 되지 말자
세상이 바람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우리가 눈발이라면
잠 못 든 이의 창문가에서는
편지가 되고
그 이의 깊고 붉은 상처위에 돋는
새살이 되자
겨울 나무
이정하
그대가 어느 모습
어느 이름으로 내 곁을 스쳐 지나갔어도
그대의 여운은 아직도 내 가슴에
여울되어 어지럽다
따라 나서지 않은 것이
꼭 내 얼어붙은 발 때문만은 아니었으리
붙잡기로 하면 붙잡지 못할 것도 아니었으나
안으로 그리움 삭일 때도 있어야 하는 것을
그대 향한 마음이 식어서도 아니다
잎잎이 그리움 떨구고 속살 보이는 게
무슨 부끄러움이 되랴
무슨 죄가 되겠느냐
지금 내 안에는
그대보다 더 큰 사랑
그대보다 더 소중한 또 하나의 그대가
푸르디푸르게 새움을 틔우고 있는데
두뼘
천수호
그때 당신은 키가 컸다
나를 감싸고도 두 뼘이 남았다
바람이 그 두 뼘에만 고였다가 흘러갔다
나는 바람 맞을 준비도 하지 않았다
두 뼘의 여유로 고개를 수그리지도 않았다
두 뼘은 빈 웅덩이처럼 채울 것이 많아서
당신이 사준 화장품도 올려놓고
당신이 부어주던 핏빛 와인도 얹어놓고
이쁘다, 잘한다는 기분좋은 형용사들도 늘어놓고
당신이 심어준 넝쿨장미도 기대놓고
가끔 내밀어준 시의 말도 걸어놓고
앞 머리칼 날리며 불러준 사랑의 노래도 풀어놓았다
너무 기대어서 두 뼘만큼 틈이 벌어졌다
나와 당신의 두 뼘 키
바람은 그 속에서 만들어졌다
겨울 사랑 - 박노해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무엇으로 따뜻한 포옹이 가능하겠느냐
무엇으로 우리 서로 깊어질 수 있겠느냐
이 추운 떨림이 없다면
꽃은 무엇으로 피어나고
무슨 기운으로 향기를 낼 수 있겠느냐
나 언 눈 뜨고 그대를 기다릴 수 있겠느냐
눈보라 치는 겨울밤이 없다면
추워 떠는 자의 시린 마음을 무엇으로 헤아리고
내 언 몸을 녹이는 몇 평의 따뜻한 방을 고마워하고
자기를 벗어버린 희망 하나 커 나올 수 있겠느냐
아아 겨울이 온다
추운 겨울이 온다
떨리는 겨울 사랑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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