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국·일본, 이 세 내라가 그렇게 다른가요?>
●한국, 중국, 일본. 도대체 어디가 어떻게 다를까?
-세 나라의 다른 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이 지구상에는 200여 개의 나라가 있고 모든 나라가 이웃 나라와 더불어 살고 있지만 한국, 중국, 일본처럼 서로 다른 이웃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가장 성격이 다르다는 세 선진국인 영국, 프랑스, 독일만 해도 같은 하느님과 예수를 믿고 같은 문자인 알파벳을 사용하며 음식을 포크와 나이프로 먹는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동양의 세 나라는 이런 기본적인 것조차도 서로 다르다. 자, 이제 종교부터 하나씩 제대로 비교해 보도록 하자.
종교부터 살펴보면, 중국이 유교의 나라라고는 하지만 중국의 유교는 수백 가지 종교 중 하나로, 중국인 의식의 밑바닥에 깔린 기본 정신일뿐 오히려 개인의 행복과 안녕을 비는 기복신앙인 도교가 뿌리 깊게 박혀있다. 또한 공산화 이후 문화혁명을 겪으면서 유교 전통은 크게 훼손되었다. 일본의 경우에는, 불교를 받아들일 당시 일본 전통 신앙인 신토 와 충돌할 것을 우려하여 쇼토쿠 태자는 종교의 자유를 선포했고 일본은 유교·불교·신토가 뒤섞이게 되었다. 하지만 1868년 메이지 이신전까지만 해도 그중 불교가 중심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조선왕조가 들어서면서 철저한 숭유억불 정책을 펴서 전 세계에서 가장 유교적인 국가가 되었다. 1945년 해방 이후에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한 기독교는, 한국 전체 인구의 종교인 비율이 49%인데 그중 31%나 차지하며 불교를 누르고 제1의 종교가 되었다. 그에 따라 교회도 늘어났으며, 그 수는 전국적으로 약 7만 8천여 개씩이나 된다. 이렇듯 한국, 중국, 일본은 서로 전혀 다른 종교적 현상을 보인다.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는 같은 한자 문화권이라고는 하지만 중국은 간편화된 개량 한자인 간체자를 쓰고 있고, 일본은 가타카나와 히라가나, 즉 '가나'라는 일본 고유의 문자를 쓰고 있다. 한국은 1446년 세종대왕이 반포한 고유문자 한글을 쓰고 있다. 이웃인데도 문자뿐만이 아니라, 말도 통역이 없으면 서로 한 마디도 못 알아들을 정도로 전혀 다른 말을 쓰고 있다. 전통 의상이 크게 다른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젓가락 길이까지 모두 다르다. 중국인들은 주로 기름에 튀기거나 볶은 음식을 먹기 때문에 '집어 먹는' 도구로 긴 젓가락을 사용하는데 고기가 귀했던 한국에서는 적은 고기로 여러 사람이 나누어 먹을 수 있도록 탕을 만들어 먹었기 때문에 항상 젓가락과 숟가락을 함께 사용하고 세 나라 중에서 유일하게 밥을 숟가락으로 떠먹는다. 또 젓가락은 숟가락의 보조 도구니까 중국처럼 길 필요가 없다는 점도 특징이다. 옛날 일본에서는 쌀이 귀해 주로 잡곡으로 밥을 지어먹었는데 잡곡은 끈기가 적어 잘 뭉쳐지지 않아서 젓가락으로 집어 먹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밥그릇을 입에 대고 젓가락으로 쓸어 넣어 먹었기 때문에 짧은 젓가락을 사용했고 밥그릇을 입에 대고 먹는 습관은 아직도 남아 있다. 이렇듯 한국과 중국, 일본은 생김새는 비슷한 동아시아 민족들이지만 생활방식, 사고방식, 가치관 모두 매우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이유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자면, 영국과 프랑스, 독일은 끊임없이 교류하고 다투면서 오랜 역사를 통해 뒤섞여 왔기 때문에 역사·문화·사회적으로 공통점이 많고, 서로 비슷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에 비해 동양의 세 나라는 끊임없이 서로 오가며 교류했다고는 하지만 나라마다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왔기 때문에 각기 다른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렇게 너무나 다른 세 나라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인구의 수와 관계없이 세 나라 국민 모두 '한 민족'이라는 강력한 유대감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인은 중국 자체가 세계의 중심이며 중국 문화가 곧 세계 문화의 본류라는 자부심과 통일된 하나의 중국을 수천 년이나 함께 지켜왔다는 점에서 13억 인구가 모두 하나의 '중국인'이라는 동질감을 지니고 있다. 한국인은 수천 년에 걸쳐 외침에 시달려 오면서 험한 역사를 힘을 합쳐 극복해 온 민족의식, 그리고 신라 통일 이래 한 민족으로 더불어 살아온 민족정신으로 똘똘 뭉쳐 있다. 일본인도 수천 년간 함께 살아오면서 희로애락을 같이 한 하나의 민족으로 동족 의식이 투철한 1억 3천만의 '일본인'이 되었다. 이처럼 세 나라가 강한 민족의식을 지닌 만큼 민족성과 문화도 서양에 비해 쉽게 정의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세 민족의 가장 중요한 가치관은 무엇일까. 우선 중국은 하나(一)로 압축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중국의 '하나의 중국', '나 홀로 주의'와 '으뜸 문화'로 볼 수 있다. 거대한 대륙 국가인 중국은 영토전쟁으로 끊임없이 전쟁을 치러야만 했고, 오랜 전란을 겪으면서 강력한 통치자가 강력한 통일 국가를 세워야 진정한 평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한 이후로 중국은 일정 기간의 분열 기간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하나(一)의 중국을 지키려고 노력해 왔다. 또한 그러한 역사 속에서 믿을 사람은 나 자신과 가족뿐이라는 의식이 확고해졌고 남의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문화적 분위기가 형성되었으며 그것이 하나의 특징으로 굳어졌다. '으뜸 문화'는 중화사상으로 상징되는, 중국이 세계의 으뜸이라는 중국인들의 자부심으로 요약할 수 있다. 다음 일본을 본다면 '와(和:화)'라고 정의할 수 있다. 평화, 조화, 화합, 화합 등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낸다'는 뜻이 들어간 모든 말이 해당한다. 일본은 섬나라이기 때문에, 가장 큰 위험은 외적이 아니라 자신들끼리 하는 싸움이었다. 하지만 전쟁이 나도 도망갈 곳이 없었기 때문에 서로 싸우는 것은 자신의 멸망만 초래하였다. 그리하여 결국 '와'를 최고 이념으로 삼았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가치관은 '충(忠)'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충'은 끝까지 지키는 마음인 '선비정신'이다. 서양에서 말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인 셈이다.
이렇게 이번 포스팅으로는 이웃이지만 너무나도 다른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를 비교해 보았다.
(내용 참고 및 출처: 먼 나라 이웃나라-9권 우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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